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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 제대로 된데서 맞춰입어.
김갓파
2015. 2. 7. 21:44
2006년, 대학교 1학년으로 총학생회 활동하던 시절,
무슨 행사 때문에 부회장(당시 26세)은 수트(정장)를 한벌 사왔다.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폐업정리하는 곳에서 푼돈을 주고 사왔다는 그 수트는
탁한 회색빛 스트라이프에 핏은 아버지 혹은 조상님의 그것과 같아서
수트를 입은 부회장에게 차마 '괜찮다'라는 말도 못해줄 정도였다.
팔의 경계를 이미 넘어버린 어깨뽕, 허리라인은 안중에도 없는 품, 엉덩이에서 거의 수직으로 내려꽂히는 바지통, 색상은 반짝이는 은갈치.. 그 당시에도 보기에 민망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런 옷을 입고 사람들 많은 행사에 나서야 한다면..
후로 부회장의 정장은 한동안 학생들의 신나는 안주거리가 되었다.
만약 그 녀석을 다시 만난다면, 꼭 얘기해주고 싶다.
"정장, 제대로 된데서 제돈주고 꼭 맞춰 입어."